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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금씩 잊히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전직 대통령 구속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5월 3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재판이 시작됐지만, 검찰 조사를 거치며 웬만한 것들이 다 나와 별로 새로울 게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은 수사 과정에서 나오지 않았던 피고인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검찰과 피고인, 양측 논리가 팽팽하게 맞붙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기도 합니다. 법정에서 진실에 좀 더 다가설 수 있는 겁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20여 년 이상 제기된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의 진실에 좀 더 다가서기 위해 재판 실황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예상한 대로였다. 하지만,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 전 대통령은 '충격'과 '모욕','무리한 기소'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검찰을 공격했다. 이 전 대통령에 적용된 혐의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 다스 실소유주 관련 의혹과 뇌물죄의 핵심인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 모두 진술, 5월 23일 1회 공판기일>

"제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다스 소유' 건입니다. 1985년 제 형님과 처남이 회사를 만들어 현대자동차 부품국산화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친척이 관계 회사를 차린다는 비난이 염려되었지만, 정세영 회장이 부품국산화 차원에서 자격있는 사람이 하는 것인데,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형님이 하는 것이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정주영 회장도 양해한 일이라고 하여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30여 년간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소유나 경영을 둘러싼 그 어떤 다툼도 가족들 사이에 없었던 회사를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의문을 갖습니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마음속에 품은 일이 있습니다. 권력이 기업에 돈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로 보복하는 등의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중략) 그런 저에게 사면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입니다."

 

 

● 검찰을 향한 공세적 언어…'객관적 자료와 법리'

3회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던 지난달 17일.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모두 진술문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사람의 조언을 받으며 모두진술의 방향과 강도를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검찰을 공격하는 용어를 쓸지 고심하고 있다"고도 전했는데, 결국 매파 성향 참모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를 '정치 수사'라고 비판해 왔던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두 진술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모두 동의한 이유에 대해서도 직접 밝혔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과거 측근들은 "나름대로 사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국정을 함께 이끈 사람들이 다투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모두 진술, 5월 23일 1회 모두 진술>

"고심 끝에 증거를 다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변호인은 재판에 불리할 수 있다고 만류했지만, 나의 억울함을 객관적인 자료와 법리로 풀어달라고 설득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말한 객관적인 자료와 법리란 무엇일까. 앞선 공판준기일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은 향후 전략을 드러냈다. 요약하면 법리상 죄가 안 된다거나, 죄가 된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기한이 지났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 '다스 주식 없어 내 것 아니다', '법리 적용을 잘못 했다'

핵심 쟁점인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른바 '주주주의(株主主義)'를 내세우고 있다. 공식적으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게 없는 만큼,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설립 자금을 댔고, 경영 보고도 수시로 받았던 만큼,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설립 자금을 댔다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고, 보고를 받은 것은 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의 부탁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경영보고를 받은 것은 요청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김소남 전 의원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회장 등에게 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법 적용을 잘못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민간인들이 준 돈에 대해서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했는데, 이 전 대통령 변호인들은 설사 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시점이 대통령 선거 기간 중이었던 만큼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뇌물죄보다 공소시효가 짧은 정치자금법을 적용하면, 이 전 대통령 공소 시점에 이미 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다. '법리'로 다투고 있는 셈이다.

 

 

● '뇌물 수수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메신저를 공격하라'

이 전 대통령 측이 민간인들에게 받은 돈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하는 논거는 또 있다. 뇌물죄는 수수의 주체가 공무원이거나 '공무원이 될 자'인 경우 등에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돈을 받은 시기가 대선 기간 중이라고 하더라도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다른 후보들보다 여론 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을 받고 있던 만큼 '공무원(대통령)이 될 자'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임명직이나 시험을 통해 공무원이 된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선출된 것이기 때문에 '공무원이 될 자'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민심은 순식간에 바뀔 수가 있는데 대선 전에 다른 후보들보다 여론 조사 지지율이 높았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었다는 것이다. 판례는 '공무원이 될 자'와 관련해 '개연성이 있으면 족하다'는 입장인데, 이 전 대통령 측은 선출직 공무원에게는 여론 조사 지지율이 높았다는 것만으로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볼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하는 전략도 취했다. 뇌물 혐의 핵심인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와 관련해 핵심 증언을 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진술의 신빙성을 흔드려는 전략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회 공판에서 김백준 전 기획관에 대한 병원 기록을 확보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전 기획관의 신체적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정신적 건강 상태에 대한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 혹시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으면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을 믿기 힘들다는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 전 기획관이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다스 소송 관련 논의를 했다"는 취지로 검찰이 진술했지만, 이학수 부회장을 청와대에서 만난 적이 없다며 청와대 출입기록을 확보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 '피고인'이 아닌 '전직 대통령'으로서 재판 받으려는 MB…재판 장기화될 가능성

이 전 대통령은 1회 공판 이후 재판부에 2회 공판에 대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증거 조사 단계에서는 나가지 않고, 재판부가 질문할 것이 있으니 나오라고 하면 그때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피고인의 출석이 의무화되어 있는 형사 재판에서 일반 피고인들은 재판에 취사선택해 나가겠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전직 대통령'이기에 가능한 발상이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피고인'이 아닌 '전직 대통령'으로서 재판을 받겠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다. 건강이 문제가 되면 재판 중간에 쉴 수 있는 시간을 여러 번 줄 테니 재판에는 나와야 한다는 원칙적인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불출석 시도로 예정됐던 2번의 재판 기일이 취소됐다. 결국, 2차 공판은 한 주를 건너뛰고 지난 4일에 열렸지만, 이 전 대통령의 건강 때문에 몇 시간 만에 종료됐다. 이렇게 진행될 경우 이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은 당초 예상됐던 8월 말이나 9월 초 이후에나 끝날 것으로 보인다.

빠른 재판 진행을 바란다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은 진심이었을까. 진심이었다고 하더라도 이 전 대통령에 의해 재판 기일이 2번이나 밀리면서 애초 예상됐던 스케줄보다 빠른 결론이 나오기 어려워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 전 대통령은 오늘(7일) 3차 공판에는 출석했다.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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