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양대 노총 중심의 노동운동을 분열시키려 공작을 벌인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검찰은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에서 이 같은 단서를 확인한 뒤 고용노동부 등 당시 정부 기관에서도 국정원이 주도한 노조 분열 공작에 관여한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강제수사에 나섰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는 오늘(19일) 세종정부종합청사 고용노동부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노사정책·노동조합 관련 문건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습니다.

검찰은 2011년 국정원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상대로 파괴공작을 벌이고, 노동운동 진영을 분열시키기 위해 '국민노동조합총연맹'(국민노총)이라는 이름의 조직 설립을 지원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민노총은 2011년 11월 지방공기업연맹 등 전국 단위 6개 산별노조가 참여해 출범했습니다.

이듬해는 민주노총 핵심사업장인 현대차·기아차에 복수노조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국민노총은 '생활형 노동운동' 등을 기치로 내걸고 기존 양대 노총과는 거리를 뒀습니다.

조직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국민노총은 2014년 한국노총과 통합했습니다.

검찰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민주노총을 견제하기 위해 국민노총 설립을 지원하며 공작비를 투입한 정황을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로부터 넘겨받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 전 원장이 민주노총을 분열공작 대상으로 삼은 정황은 국정원 회의록에서 드러난 바 있습니다.

검찰이 지난해 재판에서 공개한 회의록을 보면 원 전 원장은 2009년 9월 "현대차 노조위원장 재투표하게 됐지만, 민노총이나 전교조, 공무원 노조 같은 문제도 하나의 중간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국민노총 설립·운영 관련 문건들을 토대로 국정원의 노조 분열 공작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방침입니다.
  

전형우 기자dennoch@sbs.co.kr